세금 페이백이 지방자치에 미칠 영향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법령에 의해 중앙정부로부터 시달된 사무를 처리하는 한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사업들을 발굴하고 시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고, 

어떤 사업들을 해 나갈 것인가는 주민의 투표로 선출된 지자체장과 역시 주민의 투표로 구성된 지방의회에게 위임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위임'이라는 한계 때문에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 있고, 주민들의 직접 행동도 의의가 있습니다. 

이런 각 행위자들의 의사소통과 권한의 행사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장기적으로 단기적으로 지역의 발전에 필요한 사업을 찾아내고 적절히 추진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방에서는 중앙정부보다 규모가 작고 행정이 주민들과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의 실험장 역할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는 견제와 감시는 물론 협업과 소통에 의한 협치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죠. 


그런데 순세계잉여금과 추경예산을 불필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남는 돈은 주민한테 돌려준다'라는 것이 일상화 되었을 때 지방행정을 둘러싼 주민과 지자체의 입장이 어떻게 변할까요?


1. 지자체

지자체장은 선거로 뽑히고 임기 내의 성과를 토대로 다음 선거를 대비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선출될 때 약속했던 일들을 어떻게 수행했는지를 주민들에게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장기적인 안목, 건전한 재정운용 등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임기 내 성과를 위해, 주민의 인기에 영합하고자 하는 목적 때문에 무리한 투자사업이 많다는 지적이 많은데 

세금페이백은 이 문제를 억제할 수 있을까요? 정 반대일겁니다. 

잉여금이 많이 남으면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고스란히 현금으로 지자체의 금고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커질 수록 불리해집니다. 

더욱더 확장적으로 재정을 운용하고 싶겠죠. 더욱 더 적극적으로 일단 예산은 쓰고 보자 쪽의 동력이 더 강해질 겁니다. 


2. 주민

 지금도 지자체의 사업들을 '세금 낭비'로 보는 비판적 시각이 많습니다. 타당한 지적도 있고 덮어놓고 무시하는 냉소적 눈초리도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기존에 없었던  어떤 사업을 벌인다고 하면 여기에 추가로 '저 사업 왜 해? 안하고 차라리 내년에 돌려주지' 생각이 들죠?

세금의 가치를 높이는 게 아니고 지방자치의 가치를 낮추는 시각이 더 강해질 겁니다. 

그리고 최근 소수자 배제와 혐오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나 지자체의 사업이 나와 상관없는 장애인, 아동, 여성, 청소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면? 

꼭 필요하고 의미있는 사업이지만 수혜자가 내가 아니라면 '저 사업 왜 해? 저것들 때문에 나한테 돌아올 페이백이 줄어드네?'

왜 쟤들때문에 내 세금이 쓰여야 해?

다수의 세금으로 형성된 지방재정이 다수를 위해 쓰여지는 <다수:다수> 공공정책의 과정이

고객과 기업처럼 내 세금과 내가 받을 혜택의 <1:1>의 사적 관계로 평가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지자체는 적극적인 행정을, 주민은 소극적인 행정을 원하는 반목

주민 간에도 직접 수혜자와 타인, 나와 공공 사이의 반목을 이루게 될 겁니다. 


그리고 세금 페이백이 실현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사람들도 생각하게 될 겁니다. 

세금을 쓰고 남았으니 다시 주민에게 준다. 그렇다면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이 더 많이 돌려받아야 되는 게 아닌가?

조세저항을 더 강화할 겁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데 어라? 나한테 깍듯이 주인대접을 안하네? 하는 주민 갑질은 더 심해질 겁니다. 


노원에서 시작되는 세금페이백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된다면 어떨까요?

우리지역 주민들의 세금이 우리지역에만 쓰이는 게 아니고 광역단체, 중앙정부로 흘러갔다가 다른 지자체로 재분배되는 과정에

문제삼지 않을까요? 강북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공동재산세와 조정교부금 중에 강남사람들의 돈으로 형성된 만큼 내놓아라 하면요?

세금페이백의 논리 그대로 돌려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자체 단위의 세금페이백이 중앙정부 차원으로 확산된다면요?

어차피 돌려받을 세금이라면 애초에 적게 걷으면 될 일 아닌가 하는 여론으로 확산되면요? 


홈페이지를 둘러보면서 주민대회 집행부 분들이 대체로 진보정치 쪽에 뜻을 두고 계신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저 개인의 정치적 지향은 차치하고 세금페이백이 만약 이번 글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일으킨다면

그건 진보정치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의 의사와도 정반대의 결과 아닙니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이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고 낭비적인 요소 없이 합리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주민들이 참여하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방법은 엄청나게 많고, 또 앞으로도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세금 페이백은요? 

조례제정 운동이 어디까지 진행되어 현실화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더 거쳐야할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부디 늦지않았다면 충분히 숙고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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